<백엔의 사랑>
드라마, 멜로/로맨스 | 일본 | 2016년 | 133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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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두 살 ‘이치코’(안도 사쿠라 분)는 대학 졸업 후 백수 상태로 쭉 부모에게 얹혀 살며 연애도 한번 해보지 못한 소위 ‘N포세대’다.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인 여동생과의 싸움이 날마다 계속되고, 급기야 두 사람은 가족들 앞에서 머리채를 잡고 대판 싸운다. 이치코는 홧김에 독립을 선언하고, 매일 밤 단골로 찾아가던 백엔샵에서 심야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다. 최저시급, 우울증에 걸린 점장, 변태 이혼남 동료의 텃세, 유통기한 지난 음식을 훔쳐가는 4차원 노숙자, 바나나만 사가는 퇴물 복서, 바나나맨. 홀로서기를 위해 고단한 날들을 보내게 된 이치코. 난생처음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지만, 그 또한 그녀와 별반 다르지 않은 노답남. 모든 것이 꼬여버린 그녀의 인생,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source: 네이버 소개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곳은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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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관적인 해석과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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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상상했던 서른 무렵의 모습은 이게 아니었는데….
어린 시절 상상했던 내 모습은 조금 더 멋진 어른이었는데….
이제 막 사회생활 2년 차가 된 나는 가끔씩, 아니 꽤 자주 출근하는 게 무섭다. 심한 날에는 꿈을 꿔서 잠을 설치기도 했다. 나에 대한 확신이 떨어졌다. 회사에 가면 오늘은 무슨 실수를 할지, 이전에 저지른 어떤 실수가 밝혀질지를 알아보러 가는 기분이다.
만약 이 세상이 영화나 드라마였다면, 나는 극 중에 이름도 나오지 않는 수 많은 엑스트라 중 한 명일 것이다. 영화 속 주인공은 오로지 한두 명 뿐이다. 이야기는 오로지 성공하는 소수의 이갸기만 보여준다. 한정된 러닝 타임에 실패자의 이야기를 담는 건 낭비일 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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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엔의 사랑>의 주인공 이치코는 32살의 나이에 제대로 취직을 해본 적도, 연애도 해본 적 없는 인생을 살아간다. 부모님께 얹혀사는 주제에 제멋대로 굴기까지 한다. 어린 조카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하루 종일 오락만 하고, 가게 일을 돕지도 않는다. 할 줄 아는 일이라고는 만만한 가족들에게 성질부리는 것뿐이다. 막장 인생을 살아가던 이치코는 동생과의 싸움을 계기로 독립이라고 해야 할지 가출이라고 해야 할지 애매한 출가를 하게 된다.
제대로된 직업도 없고, 연애마저 실패한 이치코는 평생에 승리하는 경험을 해본 적 없는 패배자 그 자체다. 이 애매한 루저는 우연한 계기로 복싱을 시작한다. <백엔의 사랑>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이치코의 복싱 데뷔 경기는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등장한다. 하필이면 상대는 4경기를 모두 KO 전승을 한 베테랑이었다. 복싱을 시작한지 1년차인 이치코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처절하게 승부욕을 불태워 봤지만 연달은 녹아웃에 패배하고 말았다. 끝끝내 이치코는 완벽한 패배자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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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엔의 사랑>은 통쾌한 승리자의 성공 스토리를 담기에도 아까운 133분의 런닝 타임 가득 루저의 이야기로 채운다. 패배자의 이야기로 소중한 지면을 낭비한 다른 일본 작품이 있다. 고교 배구 애니메이션 <하이큐!!> 시즌 1 16화 ‘승자와 패자’ 편은 주인공 상대편인 이케지리라는 인물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풀어진다. 평범한 고등 배구부의 팀원인 그는 주인공 팀과 만나 패배한다. 다시는 작품에 등장할 일 없는, 다른 작품 같았으면 주인공 팀이 무난히 승리했다는 짧은 나레이션으로 생략할 법한 그의 이야기에 한 화를 할애한 이유는 무엇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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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의 하이라이트는 예선 1차전에서 떨어진 팀을 번갈아 비춘 뒤 나오는 대사는 명대사다.
“그렇다 해도, 우리도 했어, 배구를”
하이라이트는 말 그대로 가장 중요한 곳에 가장 강한 빛을 비춰 관객이 가장 중요한 장면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뜻한다. 일본의 이 두 작품은 왜 가장 강한 빛을 루저들에게 비춰줫을까? 그리고 우리는 왜 이 루저들에게서 감동을 받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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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루저들을 보며 감동을 받는 이유는 작품 속에 있지 않다. 그 이유는 우리 안에 있다. 루저들을 통해 우리는 자기 자신을 본다. 경쟁 끝에 승리하는 소수의 소수자 뒤에 있는 수많은 패배자들. 우리는 그들 중 한 명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필사적으로 경기에 임하는 이치코와 이케지리를 보며 우리는 위로받는다.
‘조금 더 열심히 연습 했더라면 어땠을까, 조금 더 필사적으로 했다면 1점이라도 더 막을 수 있었을까’하고 되묻는 순간은 우리에게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노력한 시간을 결과와 상관없이, 따뜻한 시선으로 지긋이 바라봐주는 작품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우리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그런 시선으로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우리 주변에 그런 시선이 많을수록, 긴장되더라도 다시 링 위에 올라 주먹을 쥘 용기가 가득한 세상이 될 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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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의 말
다시 도전할 용기가 필요할 때, 삶이 지칠 때 <백엔의 스즈코>를 추천해요. 일본 영화 특유의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가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지만, 감안하고 다시 찾아볼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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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스몰토크
😎진지잡사: 용기를 내어 도전하는 그들의 모습은 하이라이트를 받지 않아도 스스로 빛을 뿜어낸다.
🍯잼: 스스로를 따뜻하게 위로할 수 있었던 오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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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인
멀티플렉스보다는 작은 영화관을, 블록버스보다는 예술영화를 선호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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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31] 🎬 <환상의 빛>, 데뷔작이라는 이름의 출사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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