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에서 우리 가족을 다시 떠올려 보게 된다. 어렸을 적에 나는 스치는 감정과 생각까지 부모님께 이야기했다. 하지만 아이에서 어른이 되어가면서 천진하게 모든 이야기를 할 수 없게 되었다. 어느 순간 말은 교감의 도구가 아니라 오해의 씨앗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가족과 교감할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함께 있을 때 커피를 만들어 마시는 것이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안부를 느낄 수 있으나 무뚝뚝하던 아들이 갑자기 서성거린다면 분위기는 뭔가가 어색해질 것이다. 그럴 때 한 손에 커피잔을 들고 홀짝인다면 어떨까?
커피는 보통 뜨겁거나 차갑게 먹기 때문에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져도 자연스럽지 않은가? 할 말이 없더라도 커피 맛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당장 커피를 들고 부모님 눈앞에서 서성여야겠다. 커피는 핑계일 뿐 바라만 볼 수 있다면 다른 무엇이라도 좋지 아니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