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 : 여름과 가을>
드라마 | 일본 | 2015년 | 111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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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생활하다 쫓기듯 고향인 코모리로 돌아온 이치코. 시내로 나가려면 한시간 이상이 걸리는 작은 숲 속 같은 그 곳에서 자급자족하며 농촌 생활을 시작한다. 직접 농사지은 작물들과 채소, 그리고 제철마다 풍족하게 선물해주는 자연의 선물로 매일 정성껏 식사를 준비한다. 음식을 먹으며 음식과 얽힌 엄마와의 추억을 문득 떠올리는 이치코에게 낯익은 필체의 편지가 도착하는데..
source: 네이버 소개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곳은 여기!
웨이브 | 넷플릭스 | 시리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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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관적인 해석과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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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 자신을 위해 요리를 한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 음식은 무엇이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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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이맘때쯤, 사회 초년생이었던 나는 오로지 상사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업무와 점심시간의 경계 없이 싸구려 인스턴트를 빠르게 입에 욱여넣고 다시 일에 매달리곤 했다. 마지막으로 아침을 챙겨 먹은 게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날 뿐더러, 저녁 또한 피곤하다는 핑계로 직접 만들어 먹는 일이 없었다. 모두가 그렇게 살고 있다고 위안 삼으면서 말이다.
1년 후, 내 몸은 건강하지 못한 습관의 결과를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체중이 빠르게 불었고, 알 수 없는 붉은 반점이 나며 온몸이 미친 듯이 가려웠다. 이미 많이 긁은 탓에 피가 난 상처 위로 나는 또다시 손톱을 세웠다. 문득 서울 생활에 염증이 났다. 열심히 앞만 보고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같은 장소에서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도는 게 아니었을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었던 나는 퇴사를 하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서울을 떠나야겠다. 이 생각뿐이었다.
고향에서의 생활은 마음이 편안했다. 서울에선 느낄 수 없었던 창문을 간지럽히는 나뭇잎 소리, 맑은 공기와 느긋한 사람들 속에 나는 자연스럽게 섞여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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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 새벽 6시 반에 제철 나물을 다듬던 엄마에게 했던 말이다. 엄마는 묵묵히 벌레 먹은 부분을 떼어내고, 단단한 심지를 자르고, 줄기의 껍질을 칼로 벗겨내기를 반복했다. 보기엔 쉬워 보여도, 4인분이나 준비해야 하니 꽤나 수고스러운 일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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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야 보기에도 좋고, 먹을 때 식감이 부드러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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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마음이 시렸다. 옛날부터 가족 모두가 단잠에 빠져있을 때 엄마는 항상 고단한 몸을 일으켰다. 이내 분주한 칼질 소리가 들리고, 고소한 쌀의 향이 피어나 부엌을 가득 채우다 모두의 방으로 흘러 들어갔다. 철없던 나는 뒤늦게 엉금엉금 방에서 나와 음식을 빠르게 먹어치웠다. 이따금씩 매일 같은 요리가 올라온다고 불평도 하곤 했다. 온전히 먹는 입장에서 뱉은 쉬운 말이었다. 엄마는 사랑하는 사람을 먹이고 싶다는 생각으로 매일 기꺼이 수고스러운 일을 해왔다. 요리마다 엄마의 지혜가 담겨 나오고, 풍성한 음식의 맛은 정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어떻게 만드는 건지 알려주세요.”
나는 곁눈질로 엄마의 능숙한 요리 솜씨를 흉내 냈다. 매번 음식을 사먹던 탓에 서툴렀지만, 엄마는 익숙지 않아 그렇다며 다정하게 레시피를 알려주셨다. 더운 숨을 쉬며 불 앞에서 음식을 만들자니 어느새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서툰 솜씨로 재료를 준비하고 음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마치 목표를 향해 아등바등 나아가던 1년 전의 내 모습 같았다.
우리는 식탁에 둘러앉아 천천히 제철 나물 본연의 맛을 음미하며 대화를 나눴다. 그간 집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회사에서 힘들었던 일, 인정받아 좋았던 일, 보고 싶었던 마음, 모두 쏟아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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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심은 벼를 여름이 지나 가을에 수확하듯이, 우리의 삶도 계절의 변화를 겪으며 성숙해진다. 수고스럽게 요리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간편한 배달 음식들로 끼니를 해결했던 나 또한 직접 장을 보고, 재료를 다듬고, 나를 위한 요리를 정성스럽게 만들어 먹으며 몸을 건강하게 채워나갔다. 다시 도시의 소음과 스트레스를 마주할 용기가 났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회에서 성장하고, 직접 요리를 만들어 먹으며 텅 빈 삶의 의미를 채우고 싶어졌다.
짧았던 재충전의 시간을 마무리하고 다시 서울에 올라와 취업 준비를 하며 핸드폰에 깔려 있는 배달앱을 지웠다. 같은 주에 면접이 여럿 잡혀 정신없이 바쁜 순간에도 느릿느릿 요리를 만들어 먹었다. 아직까지 눈에 띄게 큰 변화는 없지만 음식을 만들어 먹는 습관을 통해 마음과 몸이 서서히 단단해짐을 느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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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틀 포레스트 : 여름과 가을]은 도시 생활에서 도망쳐 고향으로 돌아온 주인공의 이야기다. 주인공 이치코는 시골에서 책을 읽고 농사를 지으며, 제철 음식을 요리해 먹는 등 느긋하지만 꽉 찬 하루를 보낸다. 무엇 하나 자극적인 것 없이 평화로운 시골에서 소박하게 살아가는 이치코의 모습은 도심 속에서 풍족함에 둘러 싸여있지만 무언가 텅 빈 것 같은 공허함을 느끼는 관객들의 갈증을 해소해준다. 그러니 지금 도시에 살고 있다면, 이 영화를 보며 제철 음식을 만들어 먹어보길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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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세이 스몰토크
🦌생활인 : 무더운 여름에 땀흘려야지만 가을에 수확을 즐길 수 있듯, 과정이 있어야 결과를 온전히 만끽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우리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살아가니까요.
🍚진지잡사 :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식사 시간이 아까울 때가 있어요. 마치 어서 달려야 하는 자동차에 기름을 주유하듯 몸에 영양소만 공급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지내죠. 쨍구 님 글을 보니 ‘내가 기계를 흉내 내고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잼 : 재철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자연의 시간 속에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 같아서, 재철음식을 먹음으로써 살아갈 힘을 얻는 느낌이 들었어요. 오늘 하루도 바쁜 도시에서 보내지만, 한달에 한 번이라도 따뜻하고 안락한 음식으로 한끼를 대접하고 싶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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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구
장르 불문!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제공하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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