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는 결정을 잘 하지 못해서 주변 친구들에게 의견을 구하곤 한답니다. 더 좋은 선택지가 있을까 봐, 다급하게 결정한 선택이 후회되진 않을까 생각하며 끝까지 선택을 미루는 편이에요. 돌이켜보면 그런 신중함이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때로는 독인 경우도 있었어요. 지독하게 고민하는 것만이 최선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저만의 해결책을 찾아가는 중인데요, 그중 하나는 가장 처음에 느낀 직관적인 선택을 따라가는 것 입니다. 그런 적 있잖아요, 오지선다 시험지에서 “아. 고치지 말 걸!” 했던 것 처럼요.  

그 누구도 부모가 되는 것이 힘들다고 이야기 해주지 않았지만 이에 대해 누구도 원망을 할 순 없다며, 부부는 서로의 고충을 이야기하며 갈등을 풀어갑니다.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이어나가는 부부. 이번에도 서로를 위안 삼아 위기를 헤쳐 나가기로 합니다. “힘든 일들이 생기겠지만, 함께 이겨낼 거야.” 하면서요.

갈등 상황에서 보통 제니가 먼저 대화를 시작해요. 이번에도 역시 먼저 화해의 손을 내미는 제니. 그녀의 책임감 있는 면모가 너무 멋있던 장면 중 하나입니다! 그 중에서 "이 순간을 선택한 건 나니까." 라는 대사가 와닿았어요. 어른이 되는 것은 내 일을 내가 책임져야 해서 어려운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다시금 했었답니다.

칼럼니스트로 살아가는 것에 회의를 느낀 존, 전처럼 흥미를 느끼지 못하자 국장은 존을 타박합니다. 우울한 그날은 바로 존의 생일이었는데요, 씁쓸한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하는 존. 하지만 존에겐 그를 믿어주는 가족들이 있습니다. 이웃들을 불러 모아 서프라이즈 파티를 준비한 제니.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제니는 존에게 속삭입니다. 필라델피아로 이사 가자고요. 특종 기자가 되고 싶은 그의 꿈을 위해서 말이죠. 커리어와 현실적 문제 사이에서 망설였지만 자신을 믿어주는 가족들과 함께 새로운 직장이 있는 필라델피아로 이사를 갑니다. 

만남은 쉽지만 이별은 어렵다는 노래 제목처럼 저도 누군가와의 이별이 늘 어려운 것 같아요. 특히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이별에서는 더더욱요.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 앞에서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고민이 늘 존재했었는데, 존과 가족들이 고민에 대한 답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말리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요!

사랑하는 가족, 친구에게 나중에라는 말대신 “언제 볼까?”라는 연락, 어떨까요?

마치며

‘말리와 나’는 표면적으로 개와 사람의 일상 이야기를 다루는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개와 사람, 사람과 사회, 개인과 개인 등 일상 속 마주할 수 있는 문제들이 잘 드러난 영화입니다. 그래서인지 좀 더 현실감 있고 편하게 볼 수 있었어요. 존이 특종 기자라는 자아실현을 뒤로한 채 칼럼니스트 일을 하는 것에서는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에서 고민하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고요, 육아에 지쳐 부부가 싸우는 장면에서는 미래의 내가 할 수도 있는 고민을 볼 수 있었던 것 처럼요.

마지막으로 ‘말리와 나’에서는 우여곡절 속 늘 관통하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었어요. *가족*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서로를 믿고 나아가자.’ 라는 것인데요. 이 점을 제니와 존의 진솔한 대화 장면을 보고 많이 생각했어요. 존과 제인처럼 현명하게 미래를 꾸려나가는 상상을 하며 오늘의 뉴스레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에디터 소개

🥔감자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