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기적을 기다리고 계신가요? [피큐 인터뷰 No.10]

2025. 6. 24.

안녕하세요. 에디터 생활인🦌입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월간으로 찾아뵙는 건 처음이라 조금 어색한 기분이네요. 지난달 독립영화관 시네큐브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특별전이 진행됐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덕분에 오랜만에 고레에다 감독님의 작품들을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었어요.

오늘은 고레에다 특별전에서 만난 작품중 가장 소개해드리고 싶은 작품으로 찾아 왔어요.

진짜로 일어날 지도 몰라 기적

드라마 | 일 | 2011 | 128분

나는 엄마랑 할아버지랑 할머니랑 삽니다. 동생 류랑 아빠는 저기 멀리서 따로 삽니다. 엄마랑 아빠랑 맨날 싸우더니, 이런 꼴이 될 줄 알았습니다. 나의 소원은 우리 가족들이 다시 함께 사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저기 저 위에 있는 화산이 폭발해서 아빠랑 류가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가면 됩니다.

형은 화산이 꼭 폭발하게 해달라고 매일매일 기도하는데 철부지 내 동생은 가면라이더가 되고 싶다고나 하고, 정말 어린이 같은 소원입니다.

그런데, 친구들이 하는 말이 새로 생기는 고속열차가 반대편에서 서로 달려오다가 스쳐 지나가는 순간에 ‘기적’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아싸~ 그럼 거길 가서 소원을 빌면 되겠네! 그래서 좋아하는 선생님이랑 결혼하고 싶은 친구랑, 야구선수가 되고 싶다는 친구랑 거길 가려고요. 동생도 오라고 해서 나랑 같은 소원을 빌라고 해야겠어요. 난, 우리 가족이 꼭 같이 살았으면 좋겠거든요…

source: 네이버 소개

볼 수 있는 곳은 여기!

왓챠 | 쿠팡플레이 | 티빙 | 웨이브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기적’ 같은 캐스팅

이 영화에는 실제 형제인 마에다 마에다 형제가 주연으로 출연했어요. 고레에다 감독은 형제를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고 마음에 들어 바로 캐스팅했다고 해요. 연기를 전공하지 않은 두 소년에게 감독은 자연스러운 연기를 끌어내기 위해 대본 대신 ‘상황’을 주로 설명해주는 방식으로 연출했답니다.

🚅 큐슈 신칸센 개통에서 시작된 이야기

이 영화의 줄거리는 실제로 2011년 3월에 있었던 큐슈 신칸센 전 구간 개통 소식에서 시작됐어요. ‘신칸센 두 대가 교차하는 순간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도시전설 같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떨어져 지내는 두 형제가 다시 만나고 싶은 소망을 그려냈죠.

🎬 촬영 중에도 대본은 없었다?

고레에다 감독 특유의 연출 방식으로, 아이들에게는 구체적인 대사를 주지 않았어요. 상황만 설명하고, 아이들의 반응을 있는 그대로 담았기 때문에 영화 내내 매우 자연스럽고 순수한 감정선이 살아 있어요. 아이들의 ‘진짜 대화’가 영화의 따뜻함을 만들어냈죠.

👬 두 형제의 감정선 따라가기

형은 이혼 후 어머니와, 동생은 아버지와 떨어져 살아가는 형제. 각자의 방식으로 가족이 다시 함께 하기를 바라는 두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며 감정을 느껴보세요. 형이 점점 어른스러워지는 순간, 동생이 아직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형에게 기대는 순간들이 아주 조용히 마음을 울려요.

🎵 사운드트랙: 사카모토 류이치의 따뜻한 선율

영화 음악은 일본을 대표하는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가 맡았어요. 장면마다 은은하게 깔리는 피아노 선율이 아이들의 내면을 더욱 깊이 있게 보여줍니다. 특히 기차가 교차하는 장면에서의 음악을 잘 들어보세요.

🧳 아이들의 여행기처럼 보면 더 재밌어요

영화의 구조 자체가 마치 아이들이 떠나는 작은 모험 여행기 같답니다. 다양한 친구들의 사연과 함께, 각자 인생의 고민이나 바람을 짧고도 인상 깊게 보여줘요. 소원이 이뤄질지보다, ‘이 여정이 어떤 기억으로 남을지’에 집중해보는 것도 좋아요.

어린 시절, 엉뚱한 꿈을 꿔보지 않았었나? 거대한 수박으로 만들어진 수영장에서 수영을 한다거나, 공룡을 키운다거나, 선택받은 아이가 되어 디지털 세계를 여행한다거나. 그중 단연 가장 많이 꿈꾸고, 가장 간절히 바던 꿈은 호그와트에 입학하는 것이었다.

사람이 헤엄칠 수 있을 정도로 큰 수박은 없을 뿐더러, 몸이 끈적해지는 문제도 있고, 공룡알은 아무리 마트 신선칸을 찾아봐도 없었다. 디지몬은 TV에나 나오는 만화 세상 속 얘기였고 아무리 그래도 TV로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순진하진 않았다. 이러한 이유들로 부엉이가 배달해 주는 호그와트 입학통지서는 나름대로 가능성 있는 현실적인 꿈이었다.

무엇보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첫 영화가 개봉했을 무렵, 나도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나이였다. 얼추 내가 학년이 바뀌는 주기로 다음 책이나 영화가 공개됐었다. 그래서 그런지 함께 성장한다는 일종의 동질감이 생겼다. 머글 사회에서 자란 마법사.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던 나는 머글의 세계에도 마법사 세계에서도 겉도는 해리와 함께 성장한다는 동료의식이 생겼다.

사실은, 아직도 어딘가로 오배송된 호그와트 입학통지서를 기다리고 있다. 늦잠을 잔 날, 순간이동 마법으로 출근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지, 시간을 돌리는 타임터너로 지난 실수를 되돌릴 수만 있다면, 아 사랑의 묘약만 있었다면. 지구 어딘가에서 멍청한 부엉이 덕분에, 아직도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 입학통지서가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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